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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오랜만입니다???

 

이 글은 2023에 시작되어... 제가 빨리 썼어야 하는데 안쓰려 그러다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어요. 이렇게라도 기록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기억이 안나더라고요. 이렇게 써내면서 기억하게 되기도 하고요. 쪼아요 레츠고

 

 

 

올해의 영화

 

상반기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양쟈경의 멀티버스가 훨 낫다 ㅁㅊ) 

 

아시안이면 울어. 장녀면 울어. 엄마랑 싸워봤으면 울어. 나힐리즘과 실존주의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보았으면 울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금 더 사랑하며 살고싶은 사람이면 울어. 손병호게임처럼 저는 다섯 손가락을 다 접어버리고 엉엉울게된거에요 유쾌하고 잘 만들었고 재밌고 멋지고 뜻깊은 영화. 말 그대로 모든걸 다 해버리는 영화. 

 

하반기

헤어질 결심 Decsion to Leave

12월 30일에 본 올해의 마지막 영화이자 아 이래서 내가 영화라는 매체를 좋아했지 다시금 그 모든 감각을 일깨워준 영화. 영화가 대화하는 방식, 영화의 언어를 너무나도 완벽하게 구사한것만 같은 영화였어요. 비슷하게 연출과 영화적으로 완벽하다 느꼈던 <기생충>은 밀도 높은 긴장감이 쌓아올리는 공든 탑이라면 <헤어질 결심>은 밀물처럼 서서히 흘러들어오며 쌓여있던 탑을 조금씩 무너트려가는 영화같아요. 각본, 특히 대사 하나하나가 정말 좋았음 한국어를 하지 않는다면 <마침내>와 <붕괴>등등이 주는 묵직함을, 아는 말이 들리다가 갑자기 서래의 중국어가 해석되기를 기다리는 그 순간등을 완전히 소화 못할것 같은데 그 점이 letterboxd에서 5점보다 4점을 준 사람이 많은 이유인것 같았어요 저에겐 너무나도 소통이 잘 된 영화여서. 주목하며 봤던건 사랑한다는 말 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거에 집중해서 봤어요. 개인적으로 해준이라는 캐릭터 재밌게 보았고 오타쿠는 이런 사람을 꺾고싶어하죠 박찬욱감독님이랑 뇌트워크가통함. 오히려 전 후반부 서래의 사랑이 살~짝 이해가 안 되었는데요 (사랑 그 자체라기 보다는 깊이감이?) 반대로 느낀 사람들이 더 많은것 같아서 신기함. 한 다섯번은 더 보고싶어요 그리고 나면 논문이라도 쓸 수 있을것같은 영화

 

그리고 너무 웃기지 않나요? 전정말 박장대소도했는데..

 

honorable mentions

Moonrise Kingdom 

 

올해 나온 영화는 아니지만 올해 본 영화 중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 영화. 무엇때문에 좋았냐고 물으면 제가 그냥 이런 얘기를 좋아해요 좋은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아이들의 순수함이란 종교적인 선함도 세속적인 깨끗함도 아니고 저버리지 않는 믿음사랑소망 그런것들로 인한 용기. 그런걸 배웠네요. 여름에 걸맞게 좋았어요. 

 

올해의 앨범

 

케이팝 부문

NewJeans - New Jeans The 1st EP

 

어쩔 수 없겠죠 저도 힙쟁이랍니다. 제일 좋아하는 곡은 디토 (응? 앨범 내에선 하입뽀이) 제일 좋아하는 멤버는 하니 (사랑해) 오랜만에 정말 새롭다고 느꼈어요. 일단 노래를 미치도록 잘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팝 부문

Harry Styles - Harry's House 

 

여름에 정말 많이 들었는데 근래 돈 워리 달링 봐서 해리 스타일스에 대한 호감이 약간 떨어진 상태...지만 그래도 이 앨범은 팝이 해줘야할 모든 업무를 해낸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딱 이정도의 인디함을 유지하며 동시에 어려운 방식을 아무것도 쓰지 않되 앨범의 흐름과 통일감을 잘 유지했죠. 성공의 비결!! (ㅇㅈㄹ 아는것도없으면서)

 

올해의 곡

실리카겔 - NO PAIN

 

노페인노페일음악없는세상!!!!!!!!! 실리카겔이여영.원.하라 그저 기다려온. 그저 빛. 그저 최고의 아티스트예요

 

올해의 소비 

 

크레마 S

 

 

누워서, 버스에서, 혼밥하면서 등등 책을 이제 마음껏 읽을 수 있어서 너무좋고 덕분에 저번년도보다 훨씬 책을 많이 읽었어요 !!!!!!!최고의 소비 도서관도 되고 너무 멋져 epub넣는것도 너무 쉬움. 근데 저는 하얀색이 거슬릴 것 같아서 블랙 샀는데 블랙 더이상 안파나봐여.. 

 

디스이즈네버댓 x 뉴발란스 2002R

어디든 잘어울려요 미국애들은 러닝슈즈를신고왔네 이러지만 

 

Marc Jacobs Heaven Ringer Shirt 

세일가로 위시 아이템을 사게 되었다? 누가봐도 제 옷이걸랑요 이제 구하지도 못함

헤븐 쪼아 아이돌들이 요즘 헤븐으로 싹쓸이 해서 나오더라고요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올해의 책 

에리히 프롬 - 사랑의 기술 

사랑이란 무얼까..? 크레마 사자마자 샀는데 정말 오~래걸려서 읽었어요 음미하면서 읽어봄. 동의하지 않는 점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런 책을 생각하며 읽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 특히나 이번년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사랑을 할 준비를 한 해라고 생각되기도 했기 때문에... 알맞다고 생각

 

다른 추천 책은 윤태영 - 소비 수업 입니다 !!! 꼭 읽어보시길 

 

올해의 사람 

가장 마지막으로 결산글을 남겼던 2019년도 글을 읽어보았는데 이 카테고리에 노미된 사람이랑 지금 더이상 말을 안하거든요. 올해 이 카테고리를 수상해야 마땅할 사람이랑은 평생 친구였으면 좋겠기 때문에 괜히 이 말 저말 붙혀서 관계를 저주하지 않을게요 ㅎㅎㅎㅎ 간단하게만. 올해 처음 룸메이트였다고 믿기지 않았을 정도로 재밌게 같이 살았던 친구 J (어쩌다보니 또 J로 시작하네요 이런)에게 최우수상을 드리고 하반기 저의 멘탈을 뜨겁게 달궈준 어떤 남자 D에게 runner-up을 드립니다.(...다음 년도에는 D를 맘 놓고 사랑할 수 있기를)

 

 

이번년도는 덕질은 거의 못/안했구요 ㄱ- (그러나 다 챙겨는봄) i인간 기준 폭풍처럼 인간관계가 휘몰아쳤네요... 느슨하다면 느슨하게, 열심히 했다면 또 열심히 산것 같아요. 확실한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즐겁게 살았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어요 (일시작해야함 ㄷㄷ)! 여름엔 한국에 가고요. 가을부턴 정말 어른이에요 이런...

 

대학와서 특히나 목표라는걸 잡아두고 살지 않았거든요 아등바등 살고 싶지 않았음. 돈에 쫓겨서, 일에 쫓겨서, 내가 왜 이런 걸 해야하는지도 모른채 살고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미래에 대해 담보는 걸어둬야겠으니 이과를 왔고 뭐 의대준비할것도 아니니까 흘러가는대로 리서치쪽을 하겠다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들어 D군과 이야기 하면서... 좀 내가 너무 안일하게 살았나? 싶었는데 혼자 더 곱씹어본 결과 저는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발전적인 마음가짐을 안 가지고 살다 보니까 삶이 지루하게 느껴지는것 같아요. 무념무상이라 마음은 편한데도 말이죠. 이러쿵 저러쿵해서 요즘 다양한 창작물을 봐도 동요되지 못하고... 금새 슬퍼지지 않지만 동시에 금새 행복하거나 신나지도 않는것 같아요. 마일드한 우울증일수도 있겠지만 멘탈적으로는 이렇게 단단하게 느껴진적이 없었거든요.

아주 아주 솔직히 말해서는 직업적인 목표를 갖고 산다는게 왜이렇게 자본주의적 굴복으로 느껴질까요 (ㅁㅊ) 어짜피 회사의 부품인데 그 안에서 같은 부품들과 싸우면서 주인님한테 공 물어다주는 개처럼 느껴지는걸 지울 수 없네요 ... 커리어를 나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돼요.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말을 비즈니스 적으로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더 높은 곳에 난 올라가고 싶어 느꼈어 나의 answer도 아니고. 정말 정말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옷 잘입고 대화하면 재밌고 예쁘고 (미안합니다제발) 매력적이고 철학적인 그런 사람이나 되고싶어요. 뭘 해도 열심히는 하는데 그것들을 하는건 보람이 없네요. 물론 학업적으로 해야 할 일은 계획 세워서 착실하게 하지만 

복잡한 심경인데 어쨌던 이 더 큰 무기력함을 타파하기 위해선 목표를 세우고 도달해 나가야 할 것 같다는 결론. 영화 백편 보기, 책 몇권 읽기. 유투브에 커버 한달에 하나씩 올리기. 브런치에 글 한달에 하나씩 투고하기. 이런 개인적인 것이라도 아무것도 제대로 실행된게 없으니까 점점 흘러가는대로 살아지기만 한 것 같아요. 저 자신을 개인적인 목표로 조이고 싶지 않았는데 막상 이렇게 살다간 변명이 나를 짓누르게 될것 같아요. 빡빡하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이루고 있는게 아무것도 없으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살 때 됐죠! 연애를 하게 된다면 또 말짱 도루묵 될수도 있곘지만 ㅎㅎ~... 

2023은 더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