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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


역시 혼자 공부하기에는 많이 어려웠던걸까... 아니면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은걸까. 그만저만한 숫자이다. 물론 쓸모도 전혀 없는 숫자다. 700을 넘지 못했으니까. 재밌는건 전혀 놀랍지 않다는 것이다. 입안이 씁쓸하다. 할 수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이정도 현실에 그친게...

이 점수 받으려고 내가 울고 불고 난리를 쳤다. 허무하다. 차라리 그냥 공부를 아에 안했으면 모르지. 아니면 악착같이 했으면 모르지. 어중간한 숫자만큼 어중간했던 내 공부 시간같아서 그런것같다. 그래도 AP 리뷰는 제대로 했으니까 좋은건가. 모르겠다. 도대체 뭘 하고 살고싶은지. 왜 나는 유유부단한지. 한다면 하는 사람도 아닌거같은데 어째 이러고 있는지. 자책하지 말자고 했지만 막상 스코어를 받고나니 너무나도 허무하다. 엄마도 이 스코어를 들으면 아마 같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결국 700도 넘지 못할것이었는데 그렇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듯 굴었냐고. 갑자기 조금 눈물이 나네 ㅋㅋ 이게 아니어도, 여기서 좋은 스코어가 없어도 대학 충분히 갈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부터 나는 이 테스트를 잘 못볼 운명이었던거다. 더불어서 저번 여름엔 나 혼자 한것도 아니었고. 착잡하다. 이래놓고 과연 켐을 할수 있을까? 평생? 그러나 평생 책만 읽는, 영화만 보는, 글만쓰는 그런 사람이 될수는 없다. 대학에 가서는 liberal arts를 한다고 해도, 그것을 가지고 뭘 할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땅굴을 파다보면 언제나 도달하는 결론이 있다. 대학가서 생각하자. 일단 눈앞에 보이는것부터 해결하자. 그러나 이런 순간들을 마주할때마다 막막함에 어찌할줄 모르는게 이제는 너무 싫다. 

쓸수도 없는것에 얼마를 버리고 몇시간을 쏟고 지랄을 했는지. 역시나 가난과 눈치밥 사이에서 길러진 사람답게 버튼 눌리는건 가성비다. 나도 말로는 아주 잘 안다.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이고, 가성비에만 집중하다 버리는 나의 길, 나의 시간, 나의 목표, 그리고 그냥 나 자신이 얼마나 많은지. 근데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나의 행동범위 일부분이 되어버린 이 가성비의 대한 논란이 쉽사리 버려질 리 없다. 세상은 정말 너무 불공평하다.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언제나 비례하는 결과가 당연하게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 인생을 산다는건 말도 안되는 행운이고 복이다. 나는 그냥. 매일아침 일어나는게 즐거운 인생이 살고싶을 뿐이다. 힘든게 싫다는게 아니다. 그러나 노력하는게 싫지 않았으면 좋겠다. 열정이 꺼져도 금새 되살릴수 있는 불씨가 있었으면 좋겠다. 퇴근길 하교길에 책방에 들려서 신간을 하나 사고 고양이가 있는 내 방, 내 집으로 돌아와 쇼파에 앉아 그것을 보는 삶이 살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화학을 하면 조금더 그 삶에 가깝게 다가갈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 하나 못하는데 평생 화학을 공부하는 직업을 가질수 있을까? 밖에서 엄마와 동생은 행복하게 티비를 본다. 나"오늘은 다 잊고" 라는 말을 두려워 한다. 그만큼 달콤한 말이 없다.  어떻게 매일같이 노력을 하지? 어째서 나는 이렇게나 노력이 힘들까? 물론 그 누구도 쉽다고 하지 않았다는걸 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한 노력은 마치 아무것도 아닌것같다. 그냥 나도 좋은 멘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딫히는걸 두려워 하지 않고 큰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670은 놀랍지 않다. 그러나 요즘 생각이 너무 많다. 가고싶은 대학이 생긴 이후로 더 그런것 같다. 근데 이게 그냥 최저 맞추고 대충 친구들이 넣는 곳 넣는 그런게 아니라 그곳의 공기와 사람과 벽돌 하나 마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정말 이렇게까지 좋아할 필요도 이유도 계획도 없었는데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근데 그게 내가 장학금 프로그램을 안하면 절대 못갈곳같아서 너무 슬프다. 어쩌지 불안하다 너무 그냥 나는 행복하고싶었는데 저 잘할게요 한번만 데려가주세요

이렇게 좀 털어놓고 나면 마음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언젠가 나는 어린 나의 모습과 생각들을 보며 참 바보같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꼭 지금의 내가 후회스러울만큼, 우스울만큼 어리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