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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칠간 굉장히 많은 일이 일어난거같다. 사는데에는 무지막지한 양의 용기가 필요하다. 


일단 시험이 다 끝났다. 나름 괜찮게 봤고 그레이드도 잘 나왔고 다 좋다. 이제 ap점수만 기다리면 되는데 점수보기 약간 두렵긴 하다. 그래도 사실 영어 에세이 몇점 맞았는지가 너무 궁금해서...보고싶긴하다. 


영어선생님이 나보고 우울증 아니냐고 가이던스에 연락을 했다. 그래서 학교 카운슬러랑 얘기를 했는데... 뭐랄까 나도 잘 모르겠다. 이 블로그를 보면, 당연히 내가 우울했던 시기가 있다는것을 알게 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몇번정도 나는 내가 우울증인가를 생각해봤었다. 다만 그 순간과 시기가 지나면 나는 또 일상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게 익숙해 그닥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것같다. 어느날 밤, 너무 힘이들어 지금 죽으면 아무도 모를까, 하고 생각했던적은 있어도, 진짜 죽고싶다고 생각한적은 없었고...또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거나, 혹은 다 그만하고싶다고 생각한적은 있어도 어쨌든 모든걸 견뎌낸것이다. 나는 내가 충분히 농땡이 치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런 나를 자책했던것도 큰 것 같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몇시간씩 앉아 공부를 하는거 같지도 않고, 이런 슬픔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던거같기 때문이다. (가시사과와 라헤 노래를 듣는 중학생이 된 점부터가 망한거였나) 혀튼 문제점은 이걸 부모님한테 말하고 싶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냥, 이미 말한 직후부터 모든게 안봐도 비디오라서요. 아빠는 하나님을 운운할꺼고 엄마는 충격을 받거나 왜 그렇게 생각했냐고 물을것이다. 교회에 더 열심히 가라느니, 엄마는 하나님을 통해 안식을 찾았다거니, 혹은 너조차 확실하지 않은데 우울증이겠냐니, 할게 뻔하고 나는 그걸 또 견뎌낼 힘이 없는거같다. 또 말을 꺼내고 울고 어쩌다가 제대로 별 답도 안나오고 흐지부지 끝낸게 몇인지. 나는 내가 교회 안가면 집에서 쫓겨날꺼같다고 한 그순간 별 반응이 없는걸 봤을때부터 포기했다. 이사람들에게 내가 말하고싶은것들을 전달하는걸. 그냥 그런거 생각 안하고, 좋은 딸 코스프레 하는게 젤 속편하다. 나가면 어쩌피 안볼텐데. 대학가면 매일 안봐도 되는데. 


혀튼 요지는 내가 우울증일지도 모르겠다는점, 그리고 의외로 그걸 인정하는게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한 점과 어쨌던 또 이렇게 그냥 지나갈꺼같다는 점이다. 싸인 코싸인 그래프처럼 기분이 왔다갔다 한다. 건강하게 살아야지 하다가도 그게 무슨 상관이야 한다. 바쁘게 나를 꾸미거나 운동을 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일같을걸 해도 결국 하루를 침대에서 보내면 난 그냥 이런 사람인가보다 한다. 엄마 아빠는 내가 침대에만 있는게...걱정이안되나보다. 그렇다고 침대에만 있는게 엄청 무기력한 일인가... 그것도 아닌거같은게 나는 그냥 그림그리고 블로그ㅇㅔ 글쓰고 트위터 하고 그런단 말이다. 이게 우울증인가...긴가민가하기만 하다. 


지금 내가 우울증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점들은 : 

- 가끔 그냥 무너진다 (멈추지 않고 울다가 진이 빠진다. 근데 이건 진짜 하루 이틀 이런다. 그냥 모든게 다 안되는것처럼 보일때가 있다. 막막할때이다)

- 항상 그래왔지만 뭔가 나의 대한 나의 창작물에서 항상 그런게 보인다. 

- 자신을 채찍질하는데 익숙한 편이고, 그래서 나를 어느정도로 너그럽게 대해주어야 하는지 (왜냐면 나는 충분히 나에게 너그럽다고 생각했는데...) 잘 모르겠다. 모든 일단 계속 밀면 한다. 한계점이 있다는걸 알지만 위험할때까지 그냥 가는것같다

- 이렇게 열심히 생각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것같다. 그냥... 텅 빈 상태로 해야할 일을 계속하는 나날들이 있는거같다. 그러다 보면 좋아하는걸 할때 다시 채워진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엄마랑 있을때 잘웃고, 친구들을 잘 웃기고 일상을 지낸다 


근데 나는 다들 이러고 사는거같은데...나만 힘든거 아닌데... 나만 힘든걸 못견디는거같다. 계속 조금 더 조금더 조금 더 조금만 더 좀만 더 가자 하고 매일을 살고 있는거같다. 그래도 이제 여름방학이긴 하다. 


요 며칠간 엄마는 내가 진짜 웃기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오바쌈바 떨어서 엄마를 웃기긴 한다 내가 봐도. 어제 진짜 재밌었는데. 인생 진짜 한방에 바뀐다. 모르겠다 나도... 카운슬러 선생님이 그랬다. 지금은 니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한바탕 울고나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힘든게 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그렇지 않은 때가 오면 어떡하냐고. 나도 동감한다. 엄마랑 데이트를 하러가고, 맛있는걸 먹고, 트위터 들어가서 엔시티를 보거나 otp보는걸로 해결이 나지 않는다면...그때 또 생각하면 되려나. 건강한 삶을 살려고 하면, 좀 나아지려나. 내 탓이 아니라고 귓등이 터지도록 들었는데 또 막상 이 상황이되니까 내가 진짜 우울증인가, 뭘 하면 나아지려나 계속 신경쓰인다. 아 오늘 이런 기분으로 살고싶지 않았는데 요즘 존나 하이텐션이었는데. 어쩌겠냐 진짜 인생은 모른다.


쨌던, 나는 그냥 안말할꺼같다. 언젠가 우리만 있는 한 오후에, 좋은 커피를 마시면서, 살짝 말을 꺼낼까. 왜 아픈건 난데 내가 제일 맘졸여야 하나. 친구랑 계속 페탐했다가 자고 일어나서 버블티를 마셨던 하루였다. 매일을 이렇게 살면 좀 괜찮을려나. 사람을 너무 사랑하지 않기로 사랑했고 남자 사람들을 특히나 너무 사랑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 친구한테는 갚아도 갚아도 끝이 없을꺼같다. 그 누구보다 사랑하면서도, 사람들이 맨날 너희 사귀냐고 물어보면서도 우리는 이 관계에 끝과 정의를 내라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않을것을 안다. 사랑해. 다른 사람이 다 떠나도 우리는 서로에게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서로가 없었다면 서로 우울증이 도졌을것이네 


자 이제 우울증 얘기 그만하고 (물론 며칠간 계속 고민만 하겠지만). 건강하게 살기를 도전해야겠다. 일찍 일어나는거는 싫어하지만...그래도 12전에 꼭꼭 자야겠다, 진짜진짜진짜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