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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이다. 마지막으로 맞이할 겨울 방학이고 (이런.) 오랜만에 집에 와 스파르타로 과식했다. 아빠는 신년을 끼고 먼 나라로 출장 촬영을 갔다. 영하를 웃도는 날씨에서 12월이 더운 남반구에 덩그러니 내려지면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하다. 놀라울 정도로 무탈하게 아프지 않고 돌아오면 좋겠다.

 

2. 덕분에 방학과 휴가로 바글거리던 집에 숨 쉴 틈이 생긴 것 같다. 엄마는 잠들었고 동생도 홀로 방에 있다. 조용해진 밤 아무도 없는 거실에 앉으니 기억조차 나지 않을만큼 오래 전 느껴보았던 안도를 경험했다. 늘 그랬지만 이사하고 나서는 특히나 내 공간이 전혀 없는데, 방이 없다는 건 정말 큰 일이다. 내게 훌쩍 침범 가능한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역시나 침범 가능하고 신경쓰이는 시간이다. 아닌 척 하지만 난 타인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고 고치기가 정말 어렵다. 다만 이 의식을 좋은 방식으로 돌리려고 노력했고 이제 정말 많이 무던해졌다. 차라리 이 의식을 겉치레로 돌리니까 내면이 편안해졌다. 꾸미는 것도, 미의식이랄까 비주얼에 대한 갈망도 커서 옷 고르고 화장하는건 늘 재밌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무서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나를 좋아해줬으면 해서, 혹은 더 원초적으로 난 내가 하고싶은것을 했을 뿐인데 혼날까봐. 특히 두번째는 아마 오래 지속 될 트라우마의 영향일것이다. 엄마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어릴적 자주 삐지고 수동적으로 짜증내던 엄마 때문일까, 많은 행동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너머의 의미를 눈치보곤 한다. 게다가 사춘기 때 종교와 관련되어 능동적으로 나의 의견을 내비치기 어려웠던 시간이 있었는데 그게 크게 내 정신건강을 앗아갔다. 이런. 돈 문제까지 합하면 10대를 참 즐겁게도 보냈구나 싶다. 

요즘은 훨씬 편히 잘 살고 있음에도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점들을 다 깊숙히 묻어둔채 썩어 없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이는 비닐 봉투처럼 가볍고 흔하지만 질기고 잘 썩지 않는 트라우마다. 게다가 요즘 좋아하는 사람은 내게 너무 건강하고 완벽해보이는 사람이다. 물론 초절정계획에 살짝 회피형의 기운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장녀장남은 회피형의 그림자에서 살어..)! 또 그 사람은 어찌되었던 1월 말에 정말 정말 중요한.. 의대진학 관련 시험을 쳐야한다. 우리는 삶의 어중간한 갈림길에서 만나 롤러코스터처럼 친해졌다 멀어졌다 다시 마음을 열고 손이 닿았다. 그런 그가 내 팔자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은 운명같다고 하면 이상할까? 그 사람에게 좀 더 사랑받고 싶고 그 사람의 더 깊은 속마음을 마주보고 싶었다. 아직은 여려모로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가 조금만 더 내게 다가와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가 날 좋아해주고 사랑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를 갈급하게 만든다. 늘 사랑을 붓는 대상이 있었던 나는 (해석:덕질) 누군가를 좋아할때도 좋은점 애기해주며 행복하게 해주고싶다. 자꾸만 답이 보이나 싶으면 또다른 의문 투성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네이버 블로그 OR 짧은 글 게시판에 가보시오.) 

 

3. 어후. 이상한 얘기만 엄청 썼다. 연말이니까 ~2022의 콘텐츠 소비~ 이런거 해야되는데 지금 헤어질 결심도 못보고 보고싶은거 아무것도 못보고 ... 완전한 조용함 안에서 생산성에 대한 고민 없이 읽고 보고 싶은데 이 마음가짐이 제게 너무 어려워요 ㅆㅂ 그렇지만 체인소맨 시작했고 하루만에 애니 지금 나온것까지 다 달렸다. 카게구루이도 동생이랑 다시 보고있고!! 책도 근래 몇개 끝냈고 읽을거 많다...